"빚투 잡는다더니, 서민만 잡는다".. 대출규제 불똥 튄 실수요자들
상태바
"빚투 잡는다더니, 서민만 잡는다".. 대출규제 불똥 튄 실수요자들
  • 시사이코노미TV
  • 승인 2021.09.28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 분양받은 실수요자 소급적용 등 검토해야"
"10월로 예정된 주택 대책에 구제책 포함 기대"
서울=News1 전형민 기자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1.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2019년 경기 하남시 공공분양주택 당첨돼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직장인 A씨. 입주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잔금은 약 2억5000만원. 요즘 같은 대출 규제 분위기만 아니었다면 아파트 시세 기준으로 충분히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지만, 일부 은행이 분양가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낮추면서 잔금을 치르기 어려워졌다. 지금 사는 집의 전세 보증금도 은행권 전세 대출이어서, 부채로 반영돼 집단대출 한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2. 지난해 2월 수도권에서 청약에 당첨돼 내년 중반쯤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B씨는 "집단대출을 막는다는 날벼락 같은 기사를 접하고는 가슴이 답답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양권을 포기해야 하는지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유주택자를 압박해 투기꾼을 잡는다기에 멋지다 생각했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입주를 앞둔 행복한 준비가 아닌 대출을 걱정하고 속 썩이는 모습에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에 이어 집단대출까지 옥죄면서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필요한 금액 이상으로 대출을 받아 '빚투'하는 가수요를 막겠다는 의도지만, 실수요자들에게 불똥이 튄다는 지적이 나올수밖에 없다.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입주하는데, 집단대출 막아놓으면 실수요자 죽어야 하나요?'라는 A씨의 글과 B씨가 쓴 '집단대출 규제 풀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보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 꿈 물거품. 집단대출 막혀 웁니다'라는 제목의 글도 게시됐다. 모두 정부의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 길이 막힌 서민 실수요자들의 하소연이다.

실제 NH농협은행이 지난달 신규 부동산담보 대출 등을 중단한 데 이어 KB국민은행도 29일부터 잔금대출 한도를 축소할 예정이다. 입주 예정자와 실수요자 등이 모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잔금을 치르기 위한 현금 마련을 고민하는 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잔금 대출의 담보 기준을 분양가나 KB시세, 감정가액 중 가장 낮은 금액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럴 경우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가 기준이 돼 대출 가능한 금액은 크게 낮아지게 된다.

일부 청약자는 입주 시점에 잔금 대출을 받아 중도금 일부를 갚고 잔금을 치르는데,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이런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장에선 이미 대출 한파를 느끼는 분위기다. 입주 단지 인근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하면 잔금 대출까지 은행에서 이어서 해줬지만, (지금은) 중도금 대출을 받은 다음 잔금대출을 갈아탈 때 법이 바뀌었다는 등 한도가 있어서 소진되면 해드릴 수가 없다고 설명한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인 청약 당첨자가 본청약과 입주 때까지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정부가 급격히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총량으로 규제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면서 "이미 분양을 받고 자금계획을 세웠던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당한 소급 적용 등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아울러 "연내 물량 증가가 다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정부에서 10월 중에 한 차례 더 주택 관련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연구위원도 "아파트를 청약할 시점에서 대출규제 강화를 예상하지 못하고 자기 돈이 부족한 채로 청약을 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면서 "건설사가 중도금 납입을 연장하는 등 자금 부담을 일부 감당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maverick@news1.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