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는 '늑대와 함께 춤을' 추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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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는 '늑대와 함께 춤을' 추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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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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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 '미국이 참 미국답게 변하고 있구나!'
서울=News1 조성관 작가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 포스터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 포스터

'미국이 참 미국답게 변하고 있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관 인선을 잇따라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뉴멕시코주에 지역구를 둔 뎁 할랜드(60) 연방 하원의원을 내무장관 후보로 내정했다. 미국에서 원주민 출신이 장관이 된 것은 할랜드가 처음. 할랜드 의원의 어머니는 뉴멕시코주에 주로 사는 푸에블로족이다.

내무부는 국유지, 수로(水路), 국립공원을 관리하고 원주민에 대한 지원을 전담하는 부처다. 바이든은 이보다 앞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동성애자인 피트 부티지지를 교통부장관에 내정하기도 했다.

할랜드 의원은 입지전적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신문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고교 졸업 후 제과점에 들어가 일하다 28세에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다. 뉴멕시코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한 1994년 '싱글맘'으로 딸을 낳았다. 생활고로 친구 집에 얹혀살 때도 있었고, '푸드 스탬프'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의 대학 학자금을 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멕시코식 소스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한 적도 있다.

2006년엔 뉴멕시코대 로스쿨에 진학해 법을 공부했고, 이후 원주민 부족에서 운영하는 각종 사업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2018년 연방 하원의원에 출마했고, 원주민 지도자들과 활동가들의 지원으로 당선되었다.'

 

'인디언 레저베이션'을 타이틀로 내세운 레이더스 밴드의 앨범.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인디언 레저베이션'을 타이틀로 내세운 레이더스 밴드의 앨범.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체로키 피플~~~♬"

첫 원주민 출신 장관 기사를 접하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레이더스 밴드가 1971년에 발표한 ‘인디언 레저베이션’이다. 대대로 살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인디언 보호구역에 갇혀 살아가야 하는 체로키 부족의 비극적 현실을 노래한 것이다. 음악다방 전성시대인 1970~1980년대 크게 유행했던 팝송이고, 지금도 간간이 흘러나온다.

"They took the whole Cherokee nation
put us on this reservation

그들은 체로키 땅 전부를 가져갔네
우리를 이 보호구역에 몰아넣고

Took away our ways of life
The tomahawk and the bow and knife

우리의 생활방식,
돌도끼와 활과 칼마저 가져가 버렸네

Took away our native tongue
taught their English to our young

우리의 모국어도 빼앗고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네

And all the beads we made by hand
are nowadays made in Japan

그리고 우리가 손으로 꿴 구슬들은
지금은 일본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네

Cherokee people, Cherokee tribe
so proud to live, so proud to die

체로키 사람들, 체로키 부족
자랑스럽게 살고, 자랑스럽게 죽네"

특히 '체로키 피플'로 시작하는 후렴구는 워낙 강렬해 한번 들으면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진한 파토스를 불러일으킨다. 이 지점에서 궁금증이 인다. 체로키 부족이 어떤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길래?

체로키 부족은 북아메리카의 원조 민족이면서 문명화된 5대 부족의 하나다. 고유문자를 가진 유일한 인디언 부족이다. 백인이 북아메리카를 식민화하면서 미시시피강 유역에 주로 살던 체로키 부족의 험로(險路)가 펼쳐진다. 1700년대, 체로키 부족은 자신의 영토를 지키려 백인들과 끝없는 전투를 치렀다. 미국독립전쟁에서 체로키 부족은 영국편을 들면서 미국의 눈엣가시가 된다.

18세기 말 체로키는 미국과 휴전 조약을 맺고 문명화의 길을 걷기 시작해 평화가 오는 듯했다. 하지만 1830년대 체로키 부족에 비극이 닥친다. 미국 정부가 체로키 부족에게 오클라호마의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강제 이주를 명했기 때문이다. 남부여대(男負女戴), 눈물의 행렬이 시작된다. 4개월에 걸쳐 보호구역으로 이동하면서 4000여 명이 병으로 죽거나 굶주림으로 쓰러졌다. 이 강제 이주를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이라 부른다.

현재 체로키 부족은 3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오클라호마는 원주민 말로 '붉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원주민 부족 체로키는 지프의 SUV 자동차 브랜드가 되어 주말을 질주하는 중이다.

 

전성기 시절의 로보 1973년
전성기 시절의 로보 1973년

'주먹 쥐고 일어서'

아메리카 원주민 하면 생각나는 가수가 '로보'(Lobo)다. 머리카락, 눈빛, 피부색에서 그는 금방 눈에 띈다. 1980년대의 청춘들은 FM라디오 심야음악프로에서 혹은 음악다방에서 흘러나오는 'Stony' 'Simple Man' 'Me and You and a Dog Named Boo' 'I'd Love You to Want Me' 등을 흥얼거렸다. 김세환, 윤항기 등이 로보의 히트곡을 개사해 불렀다.

로보는 1943년 플로리다주 탈라하세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롤랜드 켄트 라부아. 탈라하세(Tallahassee)라는 지명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곳은 원주민들이 많이 살던 곳이다. 로보는 스페인어로 늑대라는 뜻이다. 기타의 신(神)으로 불리는 지미 헨드릭스 역시 원주민과 흑인의 혼혈이다.

우리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운명에 대해 깊은 연민을 느낀 영화가 있다.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주연한 1991년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Dance with Wolves)이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북군의 던바 중위는 원주민들과 마주한 변경의 요새로 자원한다. 던바 중위는 그곳에서 우연히 수우(Sioux)족과 만나게 된다. 서서히 그들과 교감하고 생활방식에 동화되어 문명 세계를 등지고 수우족과 운명을 같이한다. '던바'를 버리고 '늑대와 함께 춤을'이 된다.

 

1930년대 미국 몬태나주의 한 술집 풍경. 벽면에 '인디언에 맥주를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1930년대 미국 몬태나주의 한 술집 풍경. 벽면에 '인디언에 맥주를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배경은 몬태나주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한 이 영화는 플라잉 낚시를 소재로 스코틀랜드계 집안의 이야기를 흐르는 강물처럼 담담하게 풀어낸다. 내성적이며 학구적인 형 노먼 맥클레인과 달리 동생 폴 맥클레인은 외향적이며 자유분방하다. 고향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하는 폴의 여자 친구가 원주민 여성이다. 술집에서 노골적으로 원주민을 차별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폴은 여자친구 편에서 백인의 원주민 차별에 정면으로 저항한다.

나는 1990년대 중반 캐나다 토론토로 연수특파원을 나가면서 '아메리카 인디언'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다. 토론토의 아메리카 원주민 단체를 찾아가 여러 가지 자료를 얻고 서점에서 관련 책을 사기도 했다. 이리(Erie)호 근처의 인디언 보호구역 '식스 네이션스'를 찾아가 하룻밤을 묵으며 그들의 가을 축제를 관찰한 적도 있다.

몽골리안의 후예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는 우리가 별생각 없이 말해온 '인디언'이 '깜둥이'(negro)처럼 인종 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북미에서는 애버리진(Aborigine), 퍼스트 피플(First People), 네이티브 아메리칸(Native American)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아메리카 원주민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에 관심을 가지면서 세계 지도에서 뚫어지게 살펴보던 지역이 있다. 알류샨 열도(Aleutian islands). 저곳을 한번 취재해보고 싶다. 유라시아대륙에 살던 몽골리안이 사냥감을 따라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간 것은 빙하기 때. 얼어붙은 베링해는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잇는 육교였다. 그 베링해에 활시위처럼 점점이 놓인 섬들이 알루샨 열도다. 몽골리안의 이동 경로에 자리한 알류샨 열도를 볼 때마다 나의 가슴을 뛰곤 했다.

 

캐나다 누나부트준주 팽너퉁에서 열린 이글루 짓기대회에 참가한 주민이 이글루를 만들고 있다. 조성관 작가 제공
캐나다 누나부트준주 팽너퉁에서 열린 이글루 짓기대회에 참가한 주민이 이글루를 만들고 있다. 조성관 작가 제공

2003년 나는 캐나다 북극에 사는 원주민 이누이트 자치구인 누나부트 준주를 보름간 취재한 일이 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원주민 가정에서 먹고 자며 그들의 삶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았다. 물범 사냥도 참관했고, 사냥한 캐러부 고기도 먹어보았다. 또한 이글루 만드는 것도 체험했다.

백인에 앞서 수천년 동안 신대륙의 주인으로 살아왔으면서도 그들은 왜 문명을 건설하지 못했을까. 왜 그들은 백인의 폭력 앞에 허망하게 무릎을 꿇었을까. 이누이트들과 지내면서 오랜 의문이 스르르 풀렸다. 그것은 문자의 부재였다. 그들은 문자를 갖지 못했기에 정신유산을 기록하고 선별해 후대에 계승할 방법이 없었다. 축적이 이뤄지지 않으니 발전할 수 없었다.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반격이 시작되어 세계는 지금 백신 접종 레이스에 돌입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 CEO 앨버트 불라가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모습을 드러낸 곳은 나바호 원주민 자치구의 온라인 간담회였다. 애리조나주와 뉴멕시코주에 걸쳐있는 인구 17만의 나바호 자치구에도 백신이 공급되었다.

 

auth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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