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가는 사람만 잔뜩" 황학동 거리엔 중고 주방용품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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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고 가는 사람만 잔뜩" 황학동 거리엔 중고 주방용품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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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0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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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지나며못 버티는 가게 늘어
"10군데 장사하면 9군데는 망한다고 보면 돼"
서울=뉴스1 서혜림, 김유승 기자
황학동 주방거리에 수북이 쌓여있는 중고 용품. 2021.01.03 © News1 김유승 수습기자
황학동 주방거리에 수북이 쌓여있는 중고 용품. 2021.01.03 © News1 김유승 수습기자

3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 거리에는 새 주인을 기다리는 냉장고와 중고 주방용품들이 가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한 소상공인들이 내놓은 가전기기들과 싱크대, 반찬대 등이 길거리에 넘쳐났으며 한때는 이들의 꿈과 희망을 담아내던 냉장고들도 가게 앞에 덩그러니 1열로 서 있었다.

황학동 거리에서 만난 주방용품가게 사장 이모씨(50대)에게 '코로나19 유행 후 식당 폐업이 많아졌나, 한 3배는 되는가?'라고 묻자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사장은 "3배는 뭐야, 거의 뭐 10군데가 장사를 하면 9군데는 망한다고 보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시작하고 4~5월이 되어서야 많아졌지. 그리고 10월 넘어가면서 못 버티는 가게들이 늘어났어"라고 말했다.

가게 앞에 새 용품과 중고용품이 뒤섞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용품을 찾지 않았다. 중고용품만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싱크대, 식기세척기, 반찬대 등 몇 개의 가게들이 운영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들만 가득했다.

그는 "물건이 팔리지가 않아"라며 "새 용품도 안 나가고 팔고 가는 사람만 잔뜩 있는 셈이야"라고 말했다.

폐업한 가게 사장들이 물품을 가득 싣고 올 때 이 사장은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한 푼이라도 아쉬우니까 힘든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트럭을 손수 운전해 물건을 내렸다고 했다.

 

황학동 주방거리에 수북이 쌓여있는 중고 용품. 2021.01.03 © News1 김유승 수습기자
황학동 주방거리에 수북이 쌓여있는 중고 용품. 2021.01.03 © News1 김유승 수습기자

그는 한 자리에서 식당 3개가 연달아 폐업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코로나19 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알려줬다.

"한 가게가 망해서 우리한테 물건을 팔고 떠났는데 그 자리에 새로운 식당도 곧 망해서 우리한테 팔고 갔어. 다음 식당도 망해서 우리한테 팔고 갔지. 요즘엔 이렇게 한 자리에 있던 식당 3개가 다 우리한테 물건을 팔고 갈 정도로 망하는 건 흔한 일이 되어버렸어"

인근의 중고 그릇가게 사장 안모씨(60대)도 폐업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10~11월부터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물건이 들어오는 것은 많은데 자신네 가게도 다른 곳에 팔 곳이 없어 값을 제대로 못 쳐주고 있다고도 말했다. 생각했던 가격을 받지 못한 가게 주인들은 오히려 물품들을 고물상으로 가져기도 했다.

안 사장은 "팔고 가는 소상공인들은 아주 죽으려고 한다. 와서 한 푼이라도 더 건지려고 울고불고, 도와주고 싶은데 우리도 많이 힘드니까 고물상 가격쯤밖에 못 쳐준다"라고 씁쓸해했다.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서울의 상가 수는 37만321개로 1분기의 39만1499개보다 2만1178개(5.4%) 줄었다. 특히 '음식' 업종 상가가 1분기 13만4041개에서 2분기 12만4001개로 1만40개가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의 가게 폐업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 초부터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으로 집합금지 업종에 300만원, 집합제한 업종에 200만원, 그 밖의 소득감소 일반업종에 1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을 세운 가운데 이같은 방침으로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오랜 불황을 견딜 여유가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지난달 7일 한 청원인은 '코로나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일방적 총알받이가 되나? 대출원리금 임대료도 함께 멈춰야 한다'는 글을 올렸으며, 3일 기준 17만9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고 있다.

글쓴이는 "대출도 안되고 집도 줄이고 가진 것 다 팔아가며 거의 10개월을 버텨왔지만 죽기 일보 직전"이라며 "집합금지 때문에 사용 못하고 내는 공과금, 임대료, 대출원리금 등을 멈춰달라"고 주장했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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