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기술전쟁' 격화, 한국 등 터질까, 수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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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기술전쟁' 격화, 한국 등 터질까, 수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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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0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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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이어 SMIC 수출도 제한.. 中도 '블랙리스트' 맞대응
"中 '반도체 굴기' 촉매 될수도.. 우리도 '초격차' 위한 투자해야"
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화웨이에 이어 SMIC까지.

미국 정부의 잇따른 중국 기업 제한 조치로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를 둘러싼 '기술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양강' 사이에 낀 형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부로 자국 반도체 소재·장비들에게 공문을 보내 중국 SMIC에 특정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 사전에 수출 허가를 받아야한다고 통지했다.

이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효한 이후 나온 후속 조치로 여겨진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15일 국내 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중국 화웨이에 공급을 제한한 바 있다.

SMIC는 중국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로, 올 3분기 매출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4.5%로 대만의 TSMC, 삼성전자,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 대만 UMC에 이은 5위다.

특히 SMIC는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를 제재한 이후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자급자족 시스템' 구축, 즉 '반도체 굴기'의 중심인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 SMIC마저 제재하면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SMIC의 현재 기술력은 업계 선두권과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중국 반도체산업 현황 및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SMIC의 파운드리 공정은 삼성전자에 비해 2세대(4~6년) 가량 늦은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으면서 미국 소재, 제조 장비, 소프트웨어 등의 공급선이 막히게 됐고, 기술개발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SMIC의 매출 20% 가량을 차지하는 화웨이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공세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 조치가 나온 4일 뒤인 지난달 19일 '신뢰할 수 없는 기업리스트 규정'을 발표하고 즉각 시행에 나섰다. 이는 "중국 주권, 안보와 발전 이익을 해치는 외국기업·개인의 대중 무역·투자활동을 제한·금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 조치에 중국 역시 '맞불'을 놓은 셈이다.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도 중국에 대한 잇따른 제재와 이어지는 '블랙리스트 규정'은 적지 않은 손해다.

일각에서는 미-중 '양강'의 분쟁이 우리 기업에게는 반사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전자 등이 주문 증가로 반사이익을 보는 반면 국내 장비 소재 업체들의 SMIC 매출 비중은 미미하기 때문에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에는 화웨이가 미국 제재 조치 이전에 반도체를 대량 수입하면서 우리 수출 실적에 큰 도움이 됐다. 9월 수출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를 찍었는데, 여기에는 올 들어 최고 실적인 11.8%의 증가세를 나타낸 최대 수출 품목 반도체의 선전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미국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의지를 꺾을 수는 없고, 오히려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수 있어 반도체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 타격이 된다는 이야기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고, 현재 흐름으로 봐서는 불과 몇 년 후에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 경우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에겐 치명적"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2000년 이후 무역 흑자 80% 이상은 '중국발'이다. 이 중에서도 반도체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 완성은 결국 우리 수출 실적의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불과 몇 년 사이 세계 시장을 잠식한 LCD 디스플레이의 사례와 유사한 양상이다.

김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것이 중국의 반도체 투자를 더욱 강화하는 '촉매' 역할이 될 수도 있다"면서 "단순 기술전쟁에서 '금융 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고 우려했다.

반면 성윤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이 미국의 협조없이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와 이에 따른 고립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정책에 분명 부정적 영향이 될 것이기 때문에, LCD 디스플레이처럼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두 전문가 모두 우리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공급망 재편을 대비해야만 불확실성에 따른 충격을 덜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 격차가 꽤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럴 때 일수록 기술 투자를 더욱 확대해서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대한 확고한 지위를 갖춰야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도 "결국 첨단 기술 관련 분야는 미국과 협조체제를 취할 수 밖에 없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중국 등 다른 나라와의 배타적인 관계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 협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우리의 기술력을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분석에 따르면,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한국 경제 역시 당분간은 '양강'의 갈등 구조에 끼인 '긴장 상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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