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중국해발 위기와 외교역량
상태바
[칼럼] 남중국해발 위기와 외교역량
  • 시사이코노미TV
  • 승인 2020.09.22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News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News1

과거 러시아가 해양세력이 되려는 것을 영국이 집요하게 저지했듯이 지금은 미국이 중국의 해양세력화를 막고 있다. -중 양자 간 대치의 무대가 남중국해다. 최근 미-중 간에는 무역, 대만, 홍콩, 화웨이 등 다면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결국 힘 조절에 실패해 어디선가 충돌이 일어난다면 남중국해에서의 제한적 무력충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중국은 바다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상운송의 1/3을 담당하며 중국은 원유 수요량의 80% 이상을 남중국해를 통해 수입한다. 만일 이 해역에서 해상봉쇄를 당한다면 몇 달 안에 중국 경제는 붕괴할 것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어획량도 가장 많다. 거의 1/3이다. 인도네시아가 다음이고 베트남, 필리핀을 포함하면 세계 10대 어업국 중 4개국이 남중국해 연안국이다.

남중국해 분쟁의 본질은 도서분쟁이다. 제국주의 시대에서 출발하는 이 해역의 역사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협상이나 국제법으로 도서의 주인을 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실효적으로 섬을 지배하고 연안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섬은 약 250개가 있는데 대다수가 섬이라고 보기 어려운 소규모 지형물이다. 사람 하나가 올라서면 고작인 곳도 있다. 면적은 다 합해봐야 영종도의 1/4이 안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섬으로 만들기 위해 무자비하게 준설과 매립을 진행해서 해양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물론 중국이 가장 공격적이다. 심지어 말레이시아 연안의 제임스숄은 간조 시에도 해수면 22미터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서 도저히 섬으로 볼 수 없는데 중국은 수차례 영유권 표지를 해저에 설치했고 잠수부들이 내려가 인증 사진을 찍는다. 중국에서는 하이난섬에서 10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이 제임스숄이 중국영토의 최남단 지점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친다. 해수면 아래 5미터에 위치한 이어도를 우리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입장과 모순되는 것 정도야 아랑곳 하지 않는다.

중국에게는 군사적으로도 남중국해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은 항공모함 건조와 운영 경험이 미국에 비하면 거의 초등학생 수준이다. 침몰하지 않는 대형 항공모함인 섬이 필요한 이유다. 하이난 섬에 있는 핵잠수함들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면 대만과 필리핀 사이를 통과해야 한다. 두 나라 다 미국 편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전체를 장악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중국이 가장 공을 들이는 스프래틀리군도는 중국을 거의 해양국가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 군도의 중심인 피어리크로스암초는 산호섬이었는데 현재는 3킬로미터 길이 군용활주로와 부대시설, 시멘트공장 등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 국가가 짧은 시간 내에 강대국이 되면 거의 반드시 큰 전쟁으로 이어졌다. 아테네의 부상이 펠로폰네소스전쟁으로, 독일의 부상이 1차 세계대전으로, 일본의 부상이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세력 균형의 붕괴를 관계국의 외교적 역량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키신저는 미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1차 대전 이전 독일과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와 러시아의 관계와 비교한다. 섬뜩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요즘 워낙 국내정치적 문제들이 비중이 커서 대외문제, 특히 남중국해 문제에는 관심이 높지 않다. 그러나 역사책을 보면 한반도의 명운은 거의 언제나 외부세력에 의해 좌우되었다. 특히 국내 정쟁에 매몰되었을 때가 가장 취약해서 큰 비극을 당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력으로 충돌하고 일본이 재무장하는 상황에서 한반도가 무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남중국해 상황이 한반도로 전파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외교적 역량 높이기와 지금 거의 손 놓고 있는 느낌마저 주는 북핵문제의 해결에 진력해야 한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