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부동산감독원' 아닌 '부동산거래분석원' 추천한 이유는?
상태바
금융위가 '부동산감독원' 아닌 '부동산거래분석원' 추천한 이유는?
  • 시사이코노미TV
  • 승인 2020.09.13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간조직은 사인간 부동산 거래 감독에 한계·조직 비대화 등 우려
금감원과 사사건건 갈등, 불편한 기억이 영향 줬을 것이란 관측도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9.2 © News1 이재명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9.2 © News1 이재명 기자

정부가 각종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기로 한 가운데 금융시장 정책·감독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가 정부에 부동산감독원이 아닌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출범을 추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적으로는 부동산 거래 감독에 대한 민간기구의 한계 등을 이유로 부동산감독원을 추천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금융감독원과 사사건건 갈등을 겪어온 금융위의 불편한 기억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1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금융위 산하 금감원,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본시장조사단과 비슷한 형태의 조직을 만드는 안(案)을 염두에 두고 어떤 형태의 조직이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차단에 효과적일지 등을 놓고 다른 정부부처들과 머리를 맞댔다.

정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생각해볼 수 있는 조직 시스템이 금융위 안에 다 있다"면서 "국토부가 금융위의 케이스를 많이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는 국토부에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추천하는 한편 부동산감독원을 만들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금감원은 반민반관(半民半官)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금감원 직원의 지위는 민간인으로, 그 규모는 지난 6월 말 현재 2190명(임원·정규직·무기계약직·비정규직 포함)이다. FIU는 금융위 직원을 중심으로 검찰·경찰·국세청·관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69명이 근무 중이다. 자본시장조사단도 금융위 직원을 주축으로 검찰·감독원·거래소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33명이 업무를 보고 있다.

금융위가 부동산감독원을 추천하지 않은 배경에는 금감원과 같은 민간 신분의 부동산감독원이 사인(私人) 간 이뤄지는 부동산 거래를 감독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있었다.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처분적 법률행위는 정부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간인이 민간인을 체포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집을 사고 파는 사인 간 거래에 문제가 있다고 적발하는 것은 검찰이나 경찰이 하는 업무와 유사하다"면서 "추천·비추천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감독원은 우리나라 행정법 체계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을 감독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덜 받아 조직이 비대하다는 문제점 등도 금융위가 염두에 둔 부분이다. 앞서 부동산감독원이 출범할 경우 금감원처럼 2000여명의 인력으로 꾸려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위가 표면적으로는 이런 이유를 들었지만 사사건건 금감원과 갈등을 겪어온 불편한 기억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즉, 금융위가 부동산감독원을 추천하지 않은 것은 금융위-금감원의 갈등처럼 국토부와 부동산감독원간 갈등에 국토부도 애를 먹을 수 있으니 신중히 판단하라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금감원 산하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관 출범, 해외 주요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후속조치 등을 놓고 두 조직이 날을 세운 바 있다. 두 기관의 갈등은 지난 2008년 2월 금융위와 금감원의 수장이 분리된 후부터 시작됐다. 과거에는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감독원이 만들어져 활약한다면 '금융위가 금융시장에 대한 행정처분을 다 할 필요가 있느냐. 부동산감독원처럼 금감원에 맡겨라'라는 논리에 반론을 펼 수 없게 된다"며 "금감원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금융위 입장에서 부동산감독원 출범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는 자본시장조사단보다는 FIU의 조직 형태와 업무 흐름이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차단에 더 적합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FIU는 금융기관을 이용한 범죄자금의 자금세탁 행위와 외화의 불법유출을 막기 위한 조직으로, 의심거래보고(STR)와 고액현금거래보고(CTR) 등을 통해 위법행위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수사기관 등에 통보한다. 자본시장조사단은 한국거래소 등으로부터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보고받아 조사한 후 결과를 수사기관 등에 통보한다.

한편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차단 역할을 더해 '자본시장·부동산 조사단'을 출범시키자는 아이디어도 정부부처들 사이에서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는 대부분 금융을 끼고 움직인다. 자본시장조사단 조직에 국토부 인력 등을 파견받아 운영하면 되는 일"이라며 "결국 조직 이기주의로 인해 옥상옥(屋上屋)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pej86@news1.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